리스본은 유럽에서도 독특한 도시적 매력을 지닌 도시입니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 태곳적 감성이 살아 있는 타일 장식들까지. 그러나 이 모든 아름다움 이면에는 유럽 근대 도시계획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비극적 사건이 존재합니다. 바로 1755년 11월 1일, 유럽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자연재해 중 하나였던 ‘리스본 대지진’입니다. 오늘날 리스본의 정돈된 거리와 건축 양식은 단지 미적인 이유만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재난 이후의 교훈을 바탕으로 재건된 결과입니다. 이 글에서는 리스본 대지진이 어떻게 도시계획의 전환점을 만들어냈는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여행자의 시선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리스본 대지진의 전모와 당시 상황
1755년 11월 1일 아침, 리스본은 유럽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그날 오전 9시 40분경, 리스본을 중심으로 한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졌고, 이어진 해일과 화재는 도시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인구 약 20만 명 중 3만 명에서 5만 명 사이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전해지며, 피해는 포르투갈 왕국 전체에 심각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리스본 대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종교적 해석과 철학, 정치 및 사회 구조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볼테르와 루소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신은 왜 정의로운 도시를 파괴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유럽 전역에서 대자연 앞에 인간 문명이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대지진 이후의 리스본 – 체계적인 재건의 시작
당시 포르투갈의 실권자였던 폼발 후작(마르키스 드 폼발, Sebastião de Melo)은 이 비극을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는 재건을 단순 복구가 아닌 ‘새로운 도시 건설’로 접근했으며, 근대 도시계획의 효시라 할 만한 원칙들을 적용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직선적이고 정돈된 그리드형 거리 설계가 있으며, 오늘날 리스본의 바이샤(Baixa) 지구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는 “이제 시체를 묻고 도시를 세우자”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복구와 함께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무질서했던 중세식 골목과 구불구불한 도로는 정비되었고, 광장과 거리 폭도 통일되었으며, 내진 설계를 반영한 프레패브 구조물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유럽 도시에서 전례 없는 방식이었고, 리스본은 유럽 도시계획의 실험장이자 성공 사례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여행자로서 만나는 ‘계획된 도시’의 풍경
오늘날 여행자가 리스본을 걸을 때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도심의 질서정연한 거리 구조입니다. 특히 바이샤 지구는 18세기 후반의 계획도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대칭적인 건물 배치와 통일된 파사드, 시야가 탁 트인 대로는 중세 유럽 도시들에서는 보기 드문 특징입니다. 흔히 유럽의 고도(古都)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 매력이지만, 리스본은 그 반대로 ‘광장과 도로’ 중심의 시각적 안정감을 줍니다.
프라카 도 코메르시우(Praça do Comércio)는 폼발 후작의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난 광장 중 하나로, 해안과 인접하면서도 도시의 중심 기능을 갖춘 계획적 공간입니다. 여행자로서는 이곳에서 단순히 사진을 찍는 것을 넘어, 도시가 어떻게 의도적으로 설계되었는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행 중 도시에 깃든 ‘배경’을 이해한다면 한 걸음 더 깊은 감상의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리스본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시계획 흔적과 콘텐츠
도시를 관찰하며 그 배경을 이해하는 데에는 관련 콘텐츠의 도움이 큽니다. 다큐멘터리 Lisbon Story는 리스본의 과거와 현재를 시적으로 그려내며, 도시 구조와 그 배경을 자연스럽게 조명합니다. 또한, 폼발 후작의 생애를 다룬 포르투갈 현지 전시나 리스본 시립박물관에서도 당시 도시계획 자료와 재건 도면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리스본 시내의 MUDE(디자인과 패션 박물관)은 도시 디자인과 건축 양식의 변천사를 현대적 시선에서 소개해주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여행 코스로도 적합합니다.
도시를 이해하는 것이 여행을 풍요롭게 합니다
오늘날 많은 여행자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는 데 집중합니다. 그러나 도시가 가진 구조, 형태, 그리고 그 안에 숨은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게 되면 단순한 여행이 아닌 ‘문화적 탐험’이 됩니다. 리스본은 유럽의 도시 중에서도 그 구조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대지진이라는 참혹한 사건 이후, 어떻게 인류가 복구를 넘어 진보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다음번 리스본을 여행하신다면, 바이샤의 거리 한복판에서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계획되고 재건된 도시의 의미를 되새기며 걷는 그 길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에든버러 고성과 유령 이야기
유럽을 여행할 때, 단순한 풍경이나 건축물 이상의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역사와 전설, 그리고 도시 속에 스며든 과거의 그림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스코틀랜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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