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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에든버러 고성과 유령 이야기

by 여행한줌 2025. 6. 6.

유럽을 여행할 때, 단순한 풍경이나 건축물 이상의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역사와 전설, 그리고 도시 속에 스며든 과거의 그림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는 반드시 들러야 할 도시 중 하나입니다. 중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에든버러는 화려함보다 중후하고 으스스한 매력을 가진 곳입니다. 도시 전역에는 ‘고딕’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정도로, 어둡고 깊은 역사적 서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에든버러 성과 오래된 지하도, 그리고 수많은 유령 전설이 얽혀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에든버러 고성과 유령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스코틀랜드 민족 정서까지 살펴보며, 여행자가 마주할 수 있는 ‘보이는 역사’와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함께 안내드리고자 합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성 사진

에든버러 성 – 중세의 심장부

에든버러의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에든버러 성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스코틀랜드 중세사 전체를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화산암 지대 위에 세워진 이 성은 기원전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되어 왔으며, 12세기 이후로는 왕실의 거처, 감옥, 군사기지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영국과 스코틀랜드 사이의 오랜 전쟁과 독립 투쟁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스코틀랜드 국민들에게 있어 자긍심과 한, 그리고 희망이 교차하는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성 내부에는 스코틀랜드 왕실 보물, 스톤 오브 데스티니(Stone of Destiny, 왕관석), 성 마가렛의 예배당 등 역사적 상징물이 가득하며, 이러한 유산을 마주하며 스코틀랜드 독립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방문객들이 놓치기 쉬운 포인트는 바로 이 성이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스코틀랜드의 민족적 자부심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에든버러 성을 바라보는 감정이 여행자들과는 다소 다를 수 있으며, 진중한 태도로 관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언더그라운드 도시와 유령 이야기

에든버러는 지상뿐 아니라 지하에도 또 다른 ‘도시’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특히 ‘메리 킹스 클로즈(Mary King’s Close)’는 중세 도시의 지하 통로를 그대로 보존한 장소로, 전염병의 확산과 격리, 도시 빈민들의 삶이 엉켜 있는 역사적 공간입니다. 이곳은 흑사병 당시 감염자들이 격리되어 사망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유령 출몰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현지 투어에서는 촛불을 들고 지하 통로를 따라가며 과거의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데, 관광객들은 단순한 ‘공포 체험’을 넘어 당시 사람들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도시가 감추고 싶은 어두운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유령 이야기들이 관광 콘텐츠로 소비되면서도, 동시에 도시의 역사 교육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을 통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방식은 에든버러의 여행 문화를 보다 깊이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독립 정서와 도시의 상징성

에든버러는 단순히 고성과 유령 이야기로 가득 찬 도시가 아닙니다. 이 도시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정서가 농축되어 있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영국 왕실의 통치 아래 강제 병합되었고, 수세기 동안 정치적 독립을 요구하는 운동이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당시에도, 에든버러는 찬성과 반대의 상징이 맞부딪히는 정치적 중심 무대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도시 전반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에든버러의 거리에는 ‘Yes Scotland’ 캠페인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현지 예술, 공연, 박물관 전시에서도 독립 정서가 종종 주제로 다루어집니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나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도 정체성, 자유, 문화적 다양성 등의 테마가 자주 등장합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고 도시를 둘러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과 유령 이야기로만 이 도시를 소비하기보다, 이면에 흐르는 역사적 긴장과 민족 정체성의 문제까지 함께 바라본다면 훨씬 더 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추천드리는 도서로는 <칼레도니아의 그림자(Shadow of Caledonia)>가 있으며,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에든버러의 과거와 현재를 흥미롭게 탐색해 줍니다.

역사의 그림자 속에서 걷는 여행자의 자세

에든버러를 여행하며 고성을 오르거나, 골목길을 걷고, 지하 유적을 탐험하는 경험은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서, 그 도시가 품은 깊은 과거와 감정의 결을 함께 느껴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도시는 유령 이야기처럼 오랜 세월을 지닌 상처와 마주하고 있으며, 그 상처는 때로는 관광 콘텐츠로, 때로는 민족적 자부심으로 표현됩니다. 여행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도시가 걸어온 길을 가볍게 스쳐 지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때로는 묵직한 감정을 가지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 그 흔적을 관찰하는 태도야말로 에든버러를 진정으로 만나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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