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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로마는 왜 영원한 도시일까?

by 여행한줌 2025. 6. 8.

로마는 왜 ‘영원한 도시(Eternal City)’라고 불릴까요? 수천 년 전 로마 제국의 심장에서 시작된 이 도시는, 역사와 문화, 신앙과 정치의 중심지로서 시대를 초월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고대 유적과 현대 생활이 공존하는 로마의 매력은 단지 오래된 건축물 때문만이 아니라,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은 도시의 역사적 생명력에 있습니다. 여행자에게 로마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인류 문명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살아 있는 박물관과도 같습니다.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사진

로마 제국의 중심, 세계사의 무대에 서다

로마는 기원전 8세기경 작은 도시 국가로 시작해, 수세기 동안 지중해 전역을 통치하는 대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공화정, 제정시대를 거치며 로마는 정치, 군사, 문화 면에서 유럽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법률과 행정 시스템을 정립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라틴어와 건축 기술, 도시 계획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판테온 등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유적은 단순한 유물이 아닌, 한때 세계를 움직였던 중심지로서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로마 제국의 길은 모두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 당시의 도로망과 인프라, 공공시설은 유례없이 정교했으며, 이 같은 제국의 위용은 로마라는 도시의 상징성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고대 로마가 남긴 정치제도와 공공정신은 르네상스와 근대 유럽 시민사회의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즉, 로마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문명의 거점’이자 인류 역사의 중추였습니다.

중세 이후, 신의 도시로 변모하다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로마는 쇠퇴하는 듯 보였지만, 곧바로 가톨릭 교회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합니다. 바티칸 시국이 자리한 이곳은 중세 유럽의 신앙 중심지로 떠오르며, 교황청의 권위와 함께 도시의 영속성을 다시금 다졌습니다. 베드로 대성당과 시스티나 성당, 수많은 수도원과 교회는 단지 종교 시설을 넘어서, 예술과 권력, 신앙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발전합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수많은 예술가가 로마에서 활동하며 성화와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당시 교황청은 단순한 종교기관이 아니라 강력한 정치 주체로서 유럽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결과 로마는 ‘제국의 수도’에서 ‘신의 수도’로 변화하며 또 다른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바티칸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순례지로서 기능하며, 로마는 종교적 영성과 유산을 함께 품은 특별한 도시로 기억됩니다. 고대의 무덤 위에 성당이 세워지고, 이교 신전이 교회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로마는 종교적 의미와 도시적 기능을 끊임없이 재해석해왔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의 지속성

로마가 ‘영원한 도시’라 불리는 진짜 이유는, 수많은 격변을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도시를 걷다 보면 고대의 유적과 현대적 카페,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분수와 21세기의 지하철역이 하나의 생활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로마는 고고학적 유산을 단지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도시 계획에 통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특별한 경험을 여행자에게 제공합니다.

로마 시민들의 일상은 마치 역사의 연장선상에 놓인 듯합니다. 유적 옆을 오가는 스쿠터, 2천 년 된 신전 앞에서 펼쳐지는 거리 공연, 그리고 고대 벽에 기대어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 잔까지. 이는 도시가 끊임없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이며,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끌어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해, 로마는 유럽 연합의 창설과 이탈리아 현대 정치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매년 수많은 국제 행사가 열리는 문화·정치적 중심지로서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여행자가 만나는 로마의 영원성

로마를 여행하는 것은 단지 유적을 둘러보는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도시가 수천 년 동안 어떻게 변화를 흡수하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며, 본질은 잃지 않았는지를 체험하는 일입니다. 여행자가 콜로세움이나 바티칸 박물관을 걷는 순간, 그는 단지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영원한 도시’의 일원이 되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추천드릴 콘텐츠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글래디에이터입니다. 고대 로마의 정치, 군사, 대중 문화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낸 작품으로, 로마의 역사적 감수성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로버트 휴즈의 책 『로마, 영원한 도시의 역사』는 건축과 예술, 정치사를 함께 조망할 수 있어 여행 전후로 읽기에 적합한 서적입니다.

로마는 단지 오래된 도시가 아니라, 계속해서 ‘현재형’으로 존재해 온 도시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되, 뿌리를 잊지 않는 이 도시야말로 ‘영원하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공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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