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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두브로브니크, 해상 공화국의 자유와 전략

by 여행한줌 2025. 6. 19.

크로아티아 아드리아 해안에 자리 잡은 두브로브니크(Dubrovnik)는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이 도시는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존재했던 라구사 공화국(Republic of Ragusa)의 수도였던 두브로브니크는, 무역과 외교, 자주성과 방어 전략으로 살아남은 독립 도시국가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자유를 지켜낸 해상 공화국의 역사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오늘날 여행자가 마주할 수 있는 자유와 전략의 도시 두브로브니크를 소개합니다.

두브로브니크 사진

고립 대신 연합, 두브로브니크만의 외교 전략

두브로브니크가 유럽의 거대 왕국들 사이에서 수 세기 동안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탁월한 외교 전략이었습니다. 당시 라구사 공화국은 베네치아와 오스만, 헝가리, 나폴리 왕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며 어느 편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되, 모두와 거래를 유지하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라구사 공화국은 오스만 제국에게 조공을 바치는 조건으로 무역 특권을 얻었고, 유럽 내 다른 해상 도시국가들보다도 뛰어난 항해술과 정보력을 통해 아드리아해 상업 네트워크를 지배했습니다. 무기를 들지 않고 협상을 통해 평화를 지켜내는 이 도시의 외교적 방식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었고, 지금도 국제정치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도시 중앙의 스폰자 궁전(Sponza Palace)에는 이러한 외교 문서를 보관하던 공문서관이 있으며, 현재는 국립기록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당시 외교 사절단의 서한과 무역 기록들을 볼 수 있으며, 종이 한 장에서 도시 전체의 생존 전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완벽한 성벽, 도시 자체가 요새였던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바로 도시를 빙 둘러싼 성벽입니다. 총연장 2km에 달하는 이 성벽은 13세기부터 16세기까지 점진적으로 확장되며, 군사적·정치적 불안정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시의 물리적 전략이었습니다.

이 성벽은 단지 높고 두꺼운 벽이 아니라, 복합적인 방어 체계로 설계되었습니다. 다수의 요새, 망루, 대포구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특히 미네체타 요새(Minceta Tower)는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서 외부의 위협을 감시하는 핵심 방어 거점이었습니다.

성벽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과거 시민들이 어떻게 도시를 지켜냈는지를 상상할 수 있는 역사적 통로이기도 합니다. ‘자유는 팔 수 없다(Libertas)’는 도시의 모토처럼, 이 성벽은 그 자유의 대가이자 증표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콘텐츠로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킹스랜딩의 많은 장면이 바로 이곳 두브로브니크에서 촬영되었으며, 특히 성벽과 거리 풍경은 중세의 방어적 도시국가 분위기를 사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상업과 문화, 자유로운 교류가 만든 도시의 품격

두브로브니크는 단순한 요새도, 폐쇄적인 무역 도시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라구사 공화국 시절부터 상업과 문화의 자유로운 교류를 장려하며, 개방성과 품격을 함께 키워온 도시입니다.

도시 중심의 스트라둔 거리(Stradun)는 과거 상업의 중심지였으며, 이곳에서는 이슬람, 유대교, 가톨릭 교인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무역과 학문을 나누었습니다. 이러한 개방적 기풍 덕분에 라구사 공화국은 유럽 최초로 노예무역을 금지한 국가 중 하나였고, 그 인도주의 정신은 오늘날까지 도시의 가치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도시 외곽에는 로브리예나츠 요새(Fort Lovrijenac)가 우뚝 서 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지브롤터’라 불리는 이 요새는 외부 침입에 대비하는 최종 방어선이자, 현재는 연극 공연장이기도 합니다. 두브로브니크 여름축제 기간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실제 요새 무대에서 공연되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라구사 공화국의 인문주의 전통을 더 알고 싶다면, 도시 출신 작가 마리노 드르지치(Marino Držić)의 희곡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그는, 당대 시민들의 삶과 정치, 희망과 자유를 유쾌하게 풀어낸 풍자 문학의 선구자였습니다.

자유를 지켜낸 도시,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는 우리가 흔히 아는 중세 도시와는 다릅니다. 힘으로 확장하기보다 지혜로 외교했고, 높은 성벽 뒤에 숨기보다 그 안에서 문화를 피워냈습니다. 그 결과 이 도시는 단 한 번도 정복당하지 않은 채 수 세기의 자율성과 품격을 유지하며 살아남았습니다.

오늘날 여행자가 이곳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고풍 여행이 아닙니다. 자유란 무엇인가, 도시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조용히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경험입니다. 바다와 성벽, 거리와 광장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우리는 ‘지켜낸 자유’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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