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정보

글래스고,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by 여행한줌 2025. 6. 17.

스코틀랜드 제1의 도시 글래스고는 오랜 시간 ‘산업도시’라는 이름 아래 굴뚝과 증기기관, 강철과 조선소의 이미지를 안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글래스고는 단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이 도시에서는 중후한 산업 유산과 대담한 예술이 공존하며, 새로운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글래스고의 산업화 흔적과 예술적 재생, 그리고 이 두 정체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살펴봅니다.

글라스고 거리 미술 사진

강철과 증기의 도시, 산업화의 중심에 선 글래스고

19세기 글래스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업도시였습니다. 특히 클라이드 강을 따라 조선업과 철강 산업이 번성했고, 영국 제국 시절 “제국의 제2도시”로 불릴 만큼 큰 영향력을 가졌습니다. 오늘날에도 클라이드강 양편에는 산업화 시대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곳곳에 당시의 조선소 건물과 공장터가 박물관이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간은 리버사이드 박물관(Riverside Museum)입니다. 이곳은 글래스고의 교통·산업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으로, 증기기관차, 고전 트램, 선박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 기술문명의 발전과 그에 따른 도시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건축 자체도 인상적이며,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한 유려한 곡선의 외관은 ‘산업’이라는 주제를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낸 예술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이 도시를 걸으며 놀라운 점은, 산업의 흔적을 지우기보다 ‘기억으로서 존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태도는 곧, 도시 재생이란 단순한 철거와 재건축이 아닌, 시간을 품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이와 관련해 추천할 작품은, 글래스고 출신 작가 더글라스 스튜어트의 소설 『셔기 베인(Shuggie Bain)』입니다. 1980년대 불황의 그늘 아래 놓인 글래스고의 노동계층과 가족 이야기를 그려낸 이 작품은, 산업도시의 이면과 인간의 존엄성을 깊이 있게 다루며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예술이 산업의 틈을 메우다

글래스고는 영국에서도 가장 활발한 예술도시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시각예술, 음악, 공연예술 분야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다수의 현대미술 작가를 배출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글래스고 예술학교(Glasgow School of Art)의 영향이 큽니다.

이 학교는 세계적인 건축가 찰스 레니 매킨토시(Charles Rennie Mackintosh)의 작품으로도 유명하며, 예술과 건축의 융합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비록 화재로 인해 일부 건물은 소실되었지만, 여전히 예술 교육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 주변 거리 곳곳에는 젊은 작가들의 갤러리와 창작 공간이 이어져 있습니다.

또한 도시 전체에 퍼져 있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는 글래스고가 단지 예술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삶과 예술이 함께 숨 쉬는 도시라는 인상을 남깁니다. 도심 골목의 벽화, 버려졌던 창고를 개조한 공연장, 시민참여형 아트 프로젝트 등은 예술이 엘리트 문화가 아니라 모두의 일상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글래스고 현대미술관(GOMA)이나 트론 시어터(Tron Theatre), 바로랜즈(Barras Market) 같은 공연 문화 공간은 예술과 커뮤니티가 결합된 살아 있는 현장입니다. 이런 공간을 여행자 입장에서 둘러본다면, ‘공공 예술’이란 개념이 단지 장식이나 볼거리를 넘어서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언어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자의 눈으로 본 도시의 복합적 얼굴

글래스고는 처음 보면 다소 투박해 보일 수 있습니다. 에든버러처럼 고풍스럽지도 않고, 런던처럼 세련되지도 않지만, 그 대신 삶의 층위가 두텁고 진실한 도시입니다. 폐허와 재생, 산업과 예술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동시에 존재하는 이 복합적인 얼굴이야말로 글래스고만의 매력입니다.

클라이드강을 따라 걷는 산책로에서는 무거운 철재 구조물과 신식 콘크리트 건물이 공존하고, 트렌디한 카페 옆에는 여전히 낡은 창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여행자에게 독특한 긴장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줍니다.

음악적으로도 글래스고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 트래비스(Travis) 등 많은 밴드가 이 도시 출신이며, 현재도 활발한 라이브 공연과 거리 음악이 도시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산업도시가 예술도시로 전환되는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글래스고는 늘 ‘현실의 도시’로 존재합니다. 이곳의 예술은 고상한 이상이 아닌, 거리와 공장, 사람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일까요. 글래스고의 예술은 언제나 생동감이 넘치며, 그 진정성이 여행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공존의 풍경, 글래스고

글래스고는 우리에게 도시란 ‘기억과 상상력이 함께 숨 쉬는 공간’임을 보여줍니다. 산업화라는 무거운 과거와 예술이라는 유연한 현재가 충돌하지 않고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 그 가능성을 이 도시가 증명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도시를 여행하면서 우리는 한때 사람의 노동과 기계의 소리가 가득했던 공장에서, 이제는 캔버스와 음악, 연극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그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흐르는 클라이드강은 모든 시대를 품고, 지금도 묵묵히 도시를 가로지릅니다.

글래스고는 변하고 있지만, 잊지 않습니다. 그 기억과 재생, 예술과 산업이 함께 살아가는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도시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입니다.

 

오슬로, 바이킹 전설과 독립이 숨 쉬는 도시

 

오슬로, 바이킹 전설과 독립이 숨 쉬는 도시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북유럽의 조용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넘어, 역동적인 바이킹의 전설과 근대 독립의 기운이 살아 있는 도시입니다. 과거와 현재, 전설과 현실이 겹쳐진 오슬로의 거리

bignsmi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