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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코펜하겐, 공동체와 디자인이 만나는 도시

by 여행한줌 2025. 6. 16.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단순한 북유럽 도시 이상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곳은 도시 전체가 '사회적 실험실'처럼 기능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복지 정책과 사람 중심의 디자인 철학이 삶의 모든 층위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행자의 눈으로 코펜하겐이 구현해 온 사회주의적 도시 이상과 디자인의 역할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 사진

크리스티아니아, 공동체 실험의 살아 있는 공간

코펜하겐에서 가장 독특한 장소 중 하나는 단연 자유시 크리스티아니아(Freetown Christiania)입니다. 1971년, 폐허가 된 군부대 부지를 점거한 히피들과 예술가들이 자치 공동체를 선언하며 시작된 이 지역은, 지금까지도 전통적인 법과 제도 밖에서 ‘자율’이라는 개념을 실현하고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곳의 운영 방식은 탈자본주의적이고 수평적입니다. 가구나 시설은 공동 사용하고, 주민들은 회의를 통해 모든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 집세도 세금도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르며, 그 대신 공동체 내부의 합의와 분업,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 운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행자는 이곳에서 단순한 관광지를 넘는 실험적 공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벽화로 덮인 거리, 손수 만든 목조 주택, 자연과 어우러진 공동 정원 등은 자율성과 창의성이 만난 풍경이며, 덴마크 사회의 관용과 포용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이 공동체는 덴마크 정부와 마찰도 있었지만, 결국 양측은 타협을 통해 일정 부분 자율성을 인정하게 되었고, 지금도 크리스티아니아는 ‘살아 있는 사회 실험’으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사례는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영화 「코뮌(The Commune, 2016)」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코펜하겐 외곽에 모인 가족과 친구들이 하나의 집을 공유하며 벌어지는 갈등과 연대를 통해,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성찰하게 만들죠.

도시 전체를 위한 디자인, 코펜하겐의 철학

코펜하겐은 '디자인 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디자인은 단순한 미학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도시의 디자인은 공동체의 편의와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곧 ‘사회적 디자인’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자전거 인프라입니다. 코펜하겐 시민의 60% 이상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시내 전역에는 안전하고 쾌적한 자전거 도로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대중교통과의 연계도 뛰어나며, 자전거 전용 신호등과 주차 공간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생활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환경 보호는 물론, 시민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이는 곧 도시 디자인이 공공복지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슈퍼킬렌(Superkilen) 공원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디자인 요소들로 구성된 이 공간은 다문화 커뮤니티를 위한 공공장소로, 차별 없는 도시 공간의 대표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공 디자인뿐 아니라 건축 전반에서도 코펜하겐은 사회주의적 철학을 실천해 왔습니다. 덴마크의 건축가 얀 겔(Jan Gehl)은 “도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보행자 중심 도시계획을 주장했고, 이는 코펜하겐 도시 설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저서 『도시는 어떻게 사람을 끌어들이는가』는 도시계획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며, 디자인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여행자의 시선에서 체험하는 도시 이상

코펜하겐을 여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점은, 도시의 모든 요소가 '사람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건물, 거리, 공원, 교통, 심지어 카페의 의자 배치까지도 편안함과 접근성을 고려해 설계되어 있습니다.

노르포트 역(Nørreport Station)은 유럽에서 가장 바쁜 철도역 중 하나지만, 투명한 구조와 넓은 보행자 공간, 자전거 주차장이 어우러져 혼잡함보다는 여유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도시가 얼마나 사용자를 배려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또한 코펜하겐 대학교 캠퍼스나 블랙 다이아몬드 도서관(The Black Diamond), 국립미술관(SMK) 등은 모두 개방적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시민과 여행자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공공시설의 접근성과 디자인은 여행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비용 부담 없이 도시 전체를 체험할 수 있고, 시민들과의 거리감 없이 진정한 현지의 일상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거리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코펜하겐이라는 도시는 당신에게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건넵니다.

실험이 일상이 된 도시, 코펜하겐

코펜하겐은 단순한 수도도, 관광 도시도 아닙니다. 이 도시는 사회주의적 철학과 실용적 디자인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사람 중심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를 증명해 온 공간입니다.

자유와 자율, 공동체와 지속 가능성, 그리고 디자인을 통한 배려. 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코펜하겐은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 도시를 여행한다는 건, 그 실험 속에 직접 발을 들이는 일입니다. 당신이 걷는 거리, 머무는 공간,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철학을 공유하며, 그 경험은 단지 기억에 남는 풍경이 아니라 오래 남을 질문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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